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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스타트업의 이상과 현실

by 허슬 2021. 1. 18.

입사하기 전 나에게 스타트업이란 자유로운 출퇴근, 수평적인 구조,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자리잡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입사하기 전 생각하던 스타트업에 대한 이미지와 직접 겪은 스타트업 문화는 참 다르다고 많이 느꼈다.

그래서 오늘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자유로운 업무 환경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집에서 근무하고, 답답할 땐 어디 카페라도 가서 리모트 근무, 내일 약속 있으니까 오늘 미리 4시간 더 근무.

스타트업에서 그냥 쉽게 가능한건 줄 알았다. 사실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이 미친듯이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 일을 하든 회사에 명확한 내 성과만 보여주면 업무 환경은 자유로울 수 있다.

진짜 회사에서 일해본 적이 없었으니, 성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자유를 얻기 위해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스타트업에서 하루하루 쏟아지는 일을 하면서 명확한 성과를 보여주는게 진짜 어렵다.

눈 앞에 놓인 일만 처리하기도 바쁜데, 본질을 생각해야하고, 효율을 추구해야하고, 스스로의 역량도 키워야하고, 갈수록 회사에 더욱 도움이 되는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저 모든 걸 스스로 해낼 수 있을 때, 그리고 그걸 회사에 증명해보일 수 있을 때,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주어지는 것이다.

얼마 전에 알게 된 명언인데 군대, 전쟁 등에 비롯된 말이지만 참 공감이 갔다.

Freedom is not free.


수평적인 조직



조직이 수평적이면 꼰대도 없고, 나한테 막 대하는 사람도 없겠네. 진짜 딱 저렇게까지만 생각했었다.

실제로 굉장히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 경력, 학벌, 나이에 상관없이 다 같은 팀원으로 일을 한다.

나는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나를 존중해주는 것만 생각했는데, 나도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 되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말하기가 좀 어려운데, 쉽게 말해보자면 경력이든 학벌이든 나이든 그 무엇도 따지지 않을테니까 내 실력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랄까..

아무튼 수평적인 조직 내에서 나도 대단한 사람들과 같은 위치에 있을 수 있는 능력치가 있어야한다.

능력치가 밀리면 아무리 수평적이라고 하더라도 제시하는 의견, 대화의 깊이 자체가 다르기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수직적일 수 밖에 없다.

회사에 더 좋은 방향의 의견을 제시하고 근거가 명확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밖에 없으니.


다양한 업무 경험



스타트업 가면 다양한 일 많이 해볼 수 있대! 대학교 때 진짜 많이 들었다.

이것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긴하다. 근데 왜 다양한 일을 많이 해볼 수 있는지를 생각 못했었다.

다양한 일을 많이 해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해야하는 일이 다양하게 많다는 거고, 적은 인력으로 이루어진 회사라 그 일들을 적은 팀원들이 나눠서 하는거다.

특별히 원하는 한 분야가 있는 사람은 그냥 R&R 명확한 곳에서 한 커리어만 쌓는게 나을 수 있다. 아직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다면 경험해볼 만 하지만 굉장히 빡세다.

이것저것 다 하면서도 그 안에서 성과는 보여줘야 하니까.


높은 연봉, 스톡옵션?



스톡옵션은 나도 아직까지 잘 모른다. 그 안에서도 뭐 계약서 쓸 때 여러 옵션이 있는 거 같다. 우선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그냥 얻어지는 보상도 없다.

회사에서는 진짜 오래 가려는 팀원에게 스톡이든 연봉이든 높은 자리든 내어주려고 한다. 오래 가려는 팀원을 평가하는 방법은 회사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개인을 희생해서 회사를 생각해주고, 어떤 힘든 시기든 같이 이겨낸 사람에게 무엇이라도 해주려고 한다.

스타트업 다니다보면 진짜 일도 많고, 내적이나 팀원들 사이에 갈등도 많고, 회사가 어려운 시기도 분명 존재한다.

그 모든 어려운 일들을 함께 버텨나가는 팀원이 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분명히 대우 받으면서 일하고 있을거다.

"회사에서 대우를 해줘야 내가 더 열심히 하지."

이것도 맞는 말이다. 회사에서 뭐라도 해주면 더 열심히 하려고 할테니까. 근데 회사는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는 사람에게 투자한다.

어떤 게 먼저인지 참 어려웠는데, 성과에 보상해주는 것을 중점으로 생각하면 답하기가 쉬워진다.

스타트업 시장에 들어와서 여러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대우받는 사람들은 대우 받을만한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고, 그 성과를 내기 위해 진짜 미친듯이 노력한다.

물론 역량 차이라는 것이 있긴 하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회사도 더 좋은 대우를 해주려고 한다.

회사가 나를 대우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을 해보는 걸 추천한다.

내가 진짜 회사를 위해 미친듯이 노력중인가?
나는 진짜 계속 성장하고 하루하루 역량이 커지고 있나?
내가 여길 나가면 회사는 얼마 동안이나 힘들어할까?
내가 여기 나간다고 하면 어떤 회사들이 나를 찾아줄까?

만약 나보다 회사를 생각하면서 미친듯이 노력하고,
점점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내가 회사를 관뒀을 때 회사가 굉장히 오랜 기간 힘들것이며,
내가 이직한다고 하면 여기저기서 데려간다고 하는데도,
회사가 대우해주지 않는다면?

퇴사나 이직을 추천한다.
그건 실제로 그 회사가 문제일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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